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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1-21 23:45
늑대토템, 탱그리 정신(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cstimes.com )
 글쓴이 : youngdongcon
조회 : 19,345  
항공모~1.JPG

늑대토템, 탱그리 정신

영하 28도. 멀리 보이는 화력발전소 굴뚝의 연기는 곧 바로 서리가 되어 짙은 회색하늘로 사라졌다. 한겨울 울란바토르는 침울하고 무거웠다. 초록의 생명이 끝나고 죽음이 찾아온 대지는 모든 것이 얼어 있다. 가끔 평원을 건너는 매서운 바람만이 낮은 기압을 이리저리 휘젓고 있을 뿐. 몇 년 전 출장 길 옅은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몽골의 겨울 풍경이다. 늑대는 바로 이 계절에 가젤과 양떼를 노린다.

 “늑대다. 초원의 햇살이 기울면서 사람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수천 마리의 가젤 무리를 늑대가 공격하기 시작했다. 낮부터 우두머리 늑대가 면밀히 관찰하다가 전략을 마치고 드디어 총공격에 나섰다. 양떼를 보호하던 사람들은 개를 풀고 초긴장 속에 무기를 가다듬었다. 풀숲에서 튀어나온 늑대들은 물살을 가르며 잠행하는 어뢰처럼 날카로운 이빨과 눈빛으로 가젤 떼를 향해 돌진했다. 온 종일 풀을 뜯게 놔뒀다가 오줌보가 차오르는 석양녘에 가젤을 덮치는 늑대의 전략은 적중했다. 속도가 무기인 가젤 들은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돌진하는 늑대들은 오히려 조용했다. 아무런 외침이나 울음소리도 없었다. 그럼에도 세상에서 가장 원초적이고, 무시무시한 공포가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모든 사람, 모든 동물의 눈과 마음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들의 탁월한 지혜와 인내심, 조직력과 엄한 규율이 현장을 압도했다. 늑대들은 기나긴 배고픔과 탐욕을 침묵 속에 절제하면서 끈기 있게 기다렸다가 몇 년 만에 한번 올까 말까 한 기회를 완벽하게 붙잡았다. 그들은 가능한 한 많은 가젤을 물어 죽인다. 남는 가젤은 병든 늑대, 앞을 못 보는 늑대, 어린 늑대의 몫이다. 뒤쳐진 약한 동료와 새끼들까지 배려하는 것이다“

 중국작가 장룽의 몽골초원 대 서사시 ‘늑대토템(狼圖騰. 랑투텅)’은 오늘의 시대정신을 일깨우는 죽비 같았다. 21살 때 문화혁명이 터졌고 타의로 하방(下放)한 내몽골 올론(額崙) 마을에서 보낸 6년 동안 이 지식청년은 늑대에 푹 빠졌다. 양으로 목축을 하는 주민들은 초원의 최강자인 늑대와의 사투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고 있었다. 늑대의 습격과 인간의 방어가 교차하는 초원의 역사를 보았다. 유배를 끝내고 베이징으로 돌아와 20년을 연구하고 다시 7년의 집필기간 끝에 내놓은 작품. 한문 50만 자, 천 페이지가 넘는 대작 늑대토템은 초원의 숨소리가 들려오는 가슴 벅찬 감동이다.

늑대의 지혜를 집대성한 장룽의 작업은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초원의 질서 한가운데 자리한 늑대는 몽골의 찬란한 역사 그 자체다. 인간을 능가하는 동물전략가는 지구상에서 늑대가 유일하다. 중화(中華)의 역사는 한족(漢族)이 아니라 북방민족이라는 시각도 독특하다. 건륭, 선비, 돌궐, 흉노, 여진과 몽골에 이르기까지 북방 민족의 위대한 병법은 늑대들과의 싸움에서 얻은 것이다. 

양 같은 농경민족 한족에게 초원의 유목민은 항상 회초리였다. 한나라 때 흉노에 떨었고 원나라가 강성했으며 청나라가 대미를 장식했다. 로마의 시조 로물루스 전설이나 대영제국의 영광 튜터 왕조의 탄생도 늑대가 소재다. 정찰, 포진, 매복공격, 기습과 같은 고도의 전술, 날씨와 지형을 이용하는 능력. 용맹으로 따지면 세계를 정복한 민족의 피에는 항상 늑대의 DNA가 흐르고 있다.

 평원에서 잔뼈가 굵은 빌게 노인은 말한다. “초원의 몽골인들은 추워 죽을지언정 늑대 가죽을 깔고 자지 않아. 늑대 가죽을 깔고 잔다면 그것은 초원의 신령을 짓밟는 것이지. 그래서야 죽어서 그들의 신령이 어떻게 탱그리에 오르겠나”.

 이는 탱그리의 영혼을 신성시 하는 전통이다. 천랑성(天狼星)은 탱그리를 나타내는 별이다. 흉노인 들은 3세기 후반 강력한 통일민족국가를 이뤘다. 그들은 우두머리를 선우(천자)라 불렀는데 호칭의 전문은 탱리고도선우(
梨孤塗于) 한자발음으로 천자가 된다.  탱리는 터키-몽골어로 탱그리(하늘)를 뜻한다. 늑대는 하늘과 통하는 그들의 정신이자 토템 신앙인 것이다. 흉노족의 시조 선우의 탄생이 늑대의 전설로 이어진다.
프랑스 역사학자 르네 그루세는 ‘초원제국’ 에서 “나의 아버지 칸의 기사는 용맹하기가 늑대와 같았고 그 적들은 겁이 많고 나약하기가 양과 같았다” 고 묘사했다. 늑대는 길들여지지 않는다. 늑대는 호랑이나 사자가 아니다. 어느 서커스에도 늑대는 없다. 결속력이 강하고 조직을 존중하는 늑대는 호랑이처럼 혼자 전리품을 먹지 않는다. 공동체를 앞세우는 정신. 이것이 초원의 강자가 되는 비결이다. 그 한가운데 늑대가 있다.

빌게 노인은 다시 말한다. “싸움에 대해서는 늑대가 사람보다 총명하지. 우리 몽골인들은 사냥, 몰이, 전쟁을 모두 늑대에게 배웠지. 한족들이 모여 사는 곳에는 그렇게 큰 늑대무리가 없으니 그들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 거야. 전쟁은 땅이 넓고 인구가 많다고 이기는 게 아니라 전쟁 당사자가 늑대인지 아니면 양인지에 승부가 달려있지. 게으른 양들을 언제나 늑대가 깨어나게 했지”

초원은 칸의 세습을 허용하지 않는다. 늑대와 싸워서 이기는 철저한 실력만으로 대장을 뽑는다. 이것이 모든 부족의 전통이다. 테무친의 세계정복 배경에는 늑대정신이 있었다. 초원의 칸은 늑대에서 배운 것을 전쟁으로 이어간다. 늑대병법의 원류는 중국인들의 손을 거쳐 손자병법으로 발전해 나갔다.

장룽은 이 책으로 맨아시아 문학상을 받고 성공한 뒤 노년에 다시 올론 마을을 찾았다. 옛 친구 천전과 양커는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양떼는 찾아볼 수 없었다. 풀밭이 사라지고 사막으로 변해버린 대몽골 벌판만이 허망하게 펼쳐져 있었다. 용맹한 말도 사람도 다 떠나고 오직 문명이라는 나약함만이 남아있음을 한탄한다. 학식과 문학능력이 절묘하게 조합된 걸작으로 존경을 한 몸에 받고 루쉰(魯迅), 장아이링(張愛玲)에 버금가는 대가가 되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초원의 쓸쓸함이 가득함을 엿볼 수 있다.

 새끼 늑대 한 마리를 키우면서 관찰한 장룽은 고백한다. “늑대를 보면 볼수록 자신이 동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작지만 훌륭한 스승을 모시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용맹과 지혜, 강인함과 인내, 그리고 생활을 사랑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법, 영원히 만족하지 않고 끝까지 굴복하지 않는 정신, 혹독한 환경을 이겨내는 법, 강한 자아의 실현을 배웠다. 유목민은 왜 한족이 그토록 증오하는 늑대를 민족의 수조(獸祖)이자 토템으로 삼고 있는지 이제야 이해할 것 같다”

 초원의 황사는 오늘도 한반도 서울까지 밀려온다. 그 미세 먼지 속에 몽골초원의 탱그리 정신이 묻어있는지도 모른다. 험난한 파도를 넘어야 사는 세월 앞에 지칠 줄 모르는 영혼의 전략 늑대토템은 오늘을 사는 지혜다. 몽골초원의 탱그리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현실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다. 갈등과 증오가 난무하는 고단한 현실. 늑대의 입 속 같은 벌판에서 살아오라고 행운을 비는 이태리 인사말이다. 인포카 알루포.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c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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